글
다녀온지 몇일지났지만 정리해본다.
올해가 어머니께서 칠순을 맞는 해이다. 아버지가 환갑전에 돌아가셔서 어머니께서 따로 환갑연을 가지지 않았고 칠순도 마찮가지로 번거롭지 않게 조용히 보내기를 희망하셔서 칠순잔치는 생략하고 가족여행을 가기로 결정하였다.
최근에 이종사촌 누나가 남해에 다녀왔는데 좋았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바가 있어 여행지는 남해안을 돌아보는 것으로 정했다. 처음 계획은 부처님 오신날이 금요일이어서 18일부터 3일연휴로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회사 콘도 신청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차질이 생겼다. 나들이 하기 좋은 시기의 연휴라 그런지 숙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다행히 큰 애 학교 개교기념일이 5월 6일 월요일이어서 토, 일, 월 3일 연휴로 여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둘째는 학교에 현장학습을 신청해야 했으나 아직 중학생이어서 크게 부담되지는 않았다. 회사 복지물을 통해 거제도 학동에 있는 펜션을 예약하고 둘쨋날 숙소로는 남해의 편백나무 휴양림을 신청하였는데 이미 예약이 완료되어 대기자에 올려놓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둘쨋날이 일요일이므로 휴양림에 자리가 없더라도 숙소를 구하는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5월 3일
퇴근후 짐을 꾸려 포항으로 향했다. 전날 회사의 팀회식이 있어서 술을 조금 마셨더니 피곤하여 운전하는 데 많이 힘들었다. 다행이 길이 막히지 않았다.
5월 4일
8시가 조금 넘어 어머니댁을 나서 처음 목적지인 부산으로 출발했다.
부산에는 조부 산소가 달맞이 고개에 있다. 달맞이 고개의 정상부근 정자에서 바로 내려온 위치에 있는데 예전에는 이 지역이 군사작전지역이라 민간인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어릴 때 벌초하러 갔다가 군인들에게 발각되어 신분조회를 당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개방되어 많은 사람들이 산책하는 곳이 되었다.
몇해 동안 가 볼수 없었는데 산소바로 앞에 전망대가 생겨서 많은 사람이 통행하는 곳이 되었다. 산소의 봉분이 거의 없어서 사람들이 산소위를 통행한 흔적이 역력했다. 마음이 많이 안좋았다. 어머니께서도 많이 언쨚으신듯 보였고 기회를 봐서 산소를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나 또한 더 이상 산소를 유지하는 것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할아버지 산소앞 데크에서 오륙도를 배경으로
산소에서 내려와 광안대교를 거쳐 부산의 대표음식중 하나인 돼지국밥을 먹으로 갔다. 유명한 몇몇 식당을 검색했었는데 그중에서 쌍둥이 돼지국밥집이 제일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곳이었다. 광안대교를 거쳐 다음 목적지인 자갈치 시장으로 가는 길에 쉽게 들릴 수 있는 위치라 안성맞춤이었다.
푸짐한 돼지국밥
어머니께서는 처음드셔보시지만 맛이 좋다고 만족하셨고 다른 식구들도 만족하는 눈치였다. 생각보다 돼지냄새는 거의 없고 고기도 듬뿍들어 있었으며 같이 나온 공기밥의 양도 다른 일반적인 식당의 곱절은 되는 듯 보였다. 먹고 나니 속이 든든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부산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사실 나는 별로 기대가 없는 곳이었지만 집사람이 많이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라 빠트릴 수 없었다.
주차장이 만차인 관계로 한참을 주차장 입구에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식구들은 먼저 차에서 내려 시장구경을 시작했다. 주차후 식구들의 위치를 확인하니 자갈치 시장은 대충둘러보고 바로 인접해 있는 국제시장에 있다고 했다. 사실 자갈치 시장은 명성에 비해 규모가 상당이 작았고 파는 물건들도 싱싱해 보이지는 않았다. 포항의 죽도 시장에 비할 바가 아닌 것 같았다.
국제시장에서 양말을 고르고..
국제시장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눈에 띄었으며 곳곳에서 짝퉁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다. 흡사 중국의 어느 시장에 온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큰 애의 양말, 속옷을 구입했고 지하상가에서 큰애 지갑을 구입했다. 딸아이는 자기것은 없다고 토라진 것 같았다. 어머니께서 신발이 불편하다고 하셔서 어머니 신발도 한 켤레 구입했다.
국제 시장에는 씨앗 호떡이 유명한지 두어곳의 노점에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치만 막 돼지국밥으로 든든히 먹고난 후라 먹지는 못 했다. 그리고 국제시장 근처에 부산의 또다른 먹거리인 밀면으로 유명한 식당이 있었지만 그곳 역시 배가 부른 관계로 가보지는 못했다. 밀면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먹어봐야 겠다.
국제시장과 자갈치 그리고 PIFF(부산국제영화제)거리를 둘러보고 나서는 부산의 명소 태종대로 향했다. 지도에서 볼 때와는 다르게 한참을 가야 했다.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집사람은 졸립다고 차에서 쉬기로 하고 나머지 식구들은 태종대로 걸어 올라갔다. 입구에서 좀 걸어가니 관람열차를 타는 곳이 나왔다. 걸어서 가면 왕복 1시간 거리라고 하고 열차를 타는데는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40분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날씨도 덥고해서 그냥 기다렸다 관람차를 타기로 결정했다. 이과정에서 딸아이가 짜증을 부려서 기분이 많이 상하고 섭섭했다. 날씨가 더워 걷거나 기다리기 힘들기도 하겠지만 가족이 모두 재미있게 여행을 하는 중인데 조금 참아주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막상 태종대는 기대했던 것과는 차이가 많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태종대를 끝으로 부산일정을 마치고 거제도로 향했다.
완공된지 얼마되지 않은 거가 대교를 거쳐갔는데 가는 도중 다른 식구들은 모두 피곤한지 차안에서 잠이 들었다. 나중에 거가대교를 지난 것을 아신 어머니께서 깨우지 그랬냐고 하시기도 했는데 사실 바다밑을 통과하는 구간은 여타 터널과 전혀 다를 바가 없어서 정말 바다밑을 지나고 있는지 실감할 수는 없었다. 거제도에 도착하여 학동 숙소까지 가는 길은 해안선을 따라 꼬불꼬불이어져 있어서 집사람이 심하게 멀미를 했다.
학동은 내가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지 않아 장기출장으로 머물렀던 곳이었다. 무선전송장치를 설치하기 위해서 였었는데 부산과 거제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거가 대교가 만들어지기 전이라 배를 타고 부산과 거제도를 오고 갔었다. 학동까지 가는 길도 많은 곳이 기억에 남아 있던 곳이었다. 학동에서 올려다 보니 그때 설치했던 안테나가 보였고 학동에 있던 운영국 건물은 앞뒤로 다른 건물들이 생겨나서 찾기가 조금 어려웠으나 그때의 모습으로 그대로 있었다.
당시에 학동에 있는 여관에서 묵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이브날 작업을 마치고 여관에 가니 방이 모두 찾다고 투숙을 거절당했던 적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민박에 묵었드랬으며 다음날 해변에 많은 연인들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숙소는 기대보다는 좀 민박같았으나 나쁘지는 않았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나는 피곤하여 일찍 골아 떨어졌다.
첫날묵었던 펜션
학동 몽돌해수욕장
5월 5일
아침을 조금 일찍먹고 학동에서 멀지 않은 도장포에서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은 정해진 시간이 없이 어느 정도 승객이 모여야 출발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가 9시 20분쯤이었는데 그때까지 유람선 승객이 많지 않아서 9시 40분쯤에 출발하는 첫배를 탈 수 있었다. 유람선은 해금강을 돌아서 외도로 운행되는데 사실 외도 방문이 주요 목적이라 봐도 되겠다. 외도에서는 1시간 30분가량 머무르는데 인공적인 조경이지만 신경써서 가꾸어 놓은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외도방문에 가장 만족하시는 듯 했다.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알았으면 태종대에는 괜히 들렸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사실 외도는 왠만한 사람들이 다녀간 곳이라 어머니께서도 혹 다녀오신 적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여행 계획을 짤때 배를 타고 관광하신 적이 있는지 여쭤봤더니 배를 탄적이 한번있는데 그 배에 차도 싣고 갔었다고 말하셔서 외도에는 가보신 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한두번씩은 다녀가는 곳인데 한번도 가보신 적이 없다는 것이 좀 슬펐다.
외도 방문을 마치고 선착장 바로 옆에 있는 바람의 언덕이란 곳을 찾았는데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동백나무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이른 봄에 오면 좋을 곳으로 보였다.
다음 목적지인 여차몽돌해수욕장으로 가기 위해 나오는데 진입로 양쪽으로 주차된 차량이 많아 조금 지체되었다. 서둘러서 유람선을 타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여차 몽돌해수욕장은 내려가 보지는 않고 언덕위에서 내려가 보고 지나쳐 비포장도로를 20여분을 달려 홍포로 이동하였다. 처음에는 길을 잘못들었나 싶어 걱정을 했었는데 비포장이 끝나갈 무렵에 있는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거제나 남해모두 해안선들이 정말 아름답고 풍광이 좋았는데 홍포에서 보는 경치는 그중에서 제일이었다.
점심은 거제에서 굴구이를 먹으려고 유명한 굴구이식당을 방문했었는데 굴이 나오는 철이 지나 아쉽게도 굴구이는 먹지못하고 대신 매운탕과 백반정식을 먹었다. 그런데로 음식은 괜찮았다. 점심식사후 다음 목적지인 남해로 향했다.
남해로 가는 길은 진주부근까지 올라 갔다가 다시 남해쪽으로 내려가야 했다. 예상보다는 좀 더 먼거리였다. 섬으로 들어가기위해 다리를 건너는데 나오는 차선은 일요일 오후라 관광응 마치고 나오는 차들이 많아 아주 긴 구간이 정체되고 있었다.
첫방문지로는 원예예술마을과 독일마을이었다. 원예예술마을은 오전에 외도에서 충분히 관목을 보았기에 생략을 하고 독일마을로 들어섰다. 햇볕이 너무 강해서 걸어서 구경하기가 무척힘들었다. 마을 중앙으로 난 도로를 따라 좌우에 있는 집들만 대충 보고는 관람을 마쳤다. 한가지 흥미로운건 이날 독일마을을 관람하는 우리식구들이 9시뉴스에 나왔다는 것..ㅎㅎ 중국의 어떤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을 캡쳐해 봤다. 실제 방송을 탄 시간은 2~3초 남짓. 나는 이때 차를 가지러 가서 같이 나오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보시려면 이곳을 방문해서 23분 35초 부근부터 보시길...
방송에 노출된 우리식구들
독일마을에서 나와 상주은모레해변을 방문하였다. 반달모양의 해변이 펼쳐저 있는데 하얀 모레가 아주 부드럽고 고왔다. 해변뒷변으로는 송림이 있고 송림뒤에 조그만 하천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하천에 복어떼가 헤엄치고 있었다. 크기도 상당한 복어들이 그렇게 무리지어 있는 것을 본적이 없는 지라 한참을 구경하였다.
바다에는 성급한 청소년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은모레해변을 떠나 보리암으로 향했다. 보림암에 도착한 시간이 4시무렵이었다. 원래는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셔틀을 이용하여 산 정상 부근의 암자에 가야 하는데 그 시간에 이미 셔틀운행이 종료되어 차를 가지고 가라고 해서 우리차로 정상부근까지 갈 수 있었다. 올라가는 길 좌우에 편백나무들이 많이 있어서 무척 상쾌했다.
보리암에서는 상주은모레해변이 내려다 보이고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이 눈아래 조망되어 좋았다. 나는 보리암을 처음 들어 보았는데 어머니께서는 주변에 다녀오신 분들로 부터 들어서 인지 잘 알고 계셨다.
다음날 방문예정인 다랭이마을로 가는 길에 숙소를 구하기로 했다. 대기명단에 올라있던 편백나무 휴양림에 연락을 해봤더니 취소된 예약이 없어서 숙박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유명한 관광지답게 펜션은 정말 많았다. 조금 과장하자면 주민들이 사는 가옥보다 펜션의 숫자가 더 많은 것 처럼 여겨졌다. 중간에 미국마을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이곳은 스무남짓한 펜션들이 모여있는 펜션단지였다. 아마 미국의 마을을 모델링하여 지어진 것 같은데 마을앞에 조악한 자유의 여신상을 제외하면 전혀 특색없는 곳으로 독일마을의 명성에 기대보자는 상술처럼 보였다.
둘째날 묵었던 펜션
자극적이지 않았지만 맛있었던 아구찜
몇곳의 펜션에 문의하였는데 모두 비슷한 가격대로 일요일저녁이 평일 요금이 적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예상보다는 비싼편이었다. 여러곳을 거쳐 크게 기대하지 않고 해변에 있는 펜션에 문의하였는데 다른 곳보다 저렴하였다. 객실내부는 매우 깔끔했으며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것이 안주인의 솜씨인듯 싶었다. 주인아저씨도 서글서글하니 무척 친절하였다. 둘쨋날 숙박은 그곳으로 정하고 멀지 않은 곳의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처음에는 밥을 지어 고기를 구워 먹으려 했으나 주변에 고기를 팔 만한 식육점이나 마트가 보이지 않아 펜션주인에게 물어 해물찜 식당엘 갔다. 기대하지 않은 곳이었으나 음식이 정말 맛있고 정갈했으며 종업원들도 친절하여 만족스러웠다. 배불리먹고 펜션으로 돌아와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5월 6일
아침에 펜션앞에 있는 바닷가를 산책하고 라면과 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다랭이 마을로 향했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은 곳이었으나 멋진 곳이었다. 은퇴를 하고 귀농을 한다면 살아 보고 싶은 곳이었다. 다랭이 마을을 거쳐 남해대교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진주로 향했다. 사실 남해는 많은 기대를 하고 갔었는데 생각보다는 볼 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전날 거제도를 거치면서 해안풍경을 많이 보아서 더이상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그랬던듯 싶다.
진주에 도착하여 촉석루에 들렀다.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몰려와서 떠들어 대고 날이 무척 더운 바람에 후다닥 돌아보고는 근처에 유명하다는 장어구이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어머니께서 울산에 외삼촌댁에서 장어구이를 처음드셨는데 그때 아무 맛있게 먹었다고 가끔 말씀하시던 것이 기억나 장어구이를 택했는데 어머니께서 한점 드시고는 못 드시겠다고 하셨다. 나도 맛있다는 느낌은 없어 블로거들의 칭찬에 의구심이 들었다.
한때 날렸던 남해대교를 배경으로
촉석루가 있는 진주성
별맛없던 장어
비싸지만 맛없는 점심을 먹고 어머니께서는 진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로 포항으로 가시고 우리식구들은 집으로 향해출발했다.
진주를 출발하고 얼마지 않아 차의 누적주행거리가 1만 km를 넘었다. 집에 도착해서 이번 여행의 거리를 확인하니 1300km정도였다.
1만Km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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