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2월 중으로 셋째 처형가족과 남해에 여행을 가기로 말이 오갔으나 계획이 잘 진행되지 않아 깊은 생각없이 강원도 여행을 가기로 했다. 몇 해전 먹었던 춘천의 닭갈비맛이 생각이나 일단 춘천을 들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계획하다보니 춘천을 거쳐 속초, 강릉으로 이어지는 강원도 동부지역으로 여행이 되었다.
2월 28일이 권장휴무인데 샌드위치데이라 이날 휴가를 내면 3.1절까지 이어지는 4일의 긴 연휴가 되고 애들도 봄 방학기간중이라 부담없는 일정이 될 것 같았다. 아내는 2박 3일의 여행을 주장했지만 애들의 반대도 있고(특히 지원이는 그 기간동안 기니피그가 굶어야 한다고 해서 반대가 가장 심했음) 나도 3일씩이나 관광할 만한 코스가 아니라 그냥 1박 2일로 하고 사람들이 붐비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요일, 월요일로 정했다.
춘천에서는 간단하게 점심만 먹고 속초와 양양 그리고 강릉을 여행하기로 하고 숙소는 애초 속초쪽에 가서 현지에서 민박으로 잡으려 마음먹었다. 그러나 비록 비수기지만 관광지고 또 지역의 정보도 많지 않아서 아무래도 현지에서 숙소를 정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회사 복지 사이트를 통해 숙소를 골라 보았다.
비수기라 호텔도 그리 비싸지 않았지만 먹는 문제와 공간이 협소하기도해서 결국 콘도로 숙소를 정했다. 첫날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려서 만약 숙소를 정하지 않고 갔었다면 정말 개고생할 뻔했다. 역시 먹고 자는 것 만큼은 준비를 단단히 해서 욺직여야 한다.
여행을 떠나기전 강원도 동부지역에 폭설이 예상된다는 예보에 걱정을 하면서도 어떻게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구입한지 10년도 더 지났지만 한번도 사용하지 않아 신품인 상태를 유지하던 스노체인을 트렁크에 넣고 예정대로 출발했다.
2월 27 (일)
보통 우리가족이 휴일날 욺직일 때는 아무리 빨라도 10시가 넘어서 집을 나선다. 다들 잠이 많아서 휴일날 일찍 일어난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그러나 이날은 9시가 좀 넘어서 집을 나섰다. 닭갈비로 아침겸 점심을 할 요량이어서 아침밥을 안먹고 출발해서 그랬다.(흠!)
다행이 휴일 오전이라 시내나 올림픽대로 모두 크게 교통이 막히지 않고 지날 수 있었다.
춘천
12시 30분경 춘천의 명동에 있는 우미 닭갈비에 도착하여 3인분으로 점심을 먹었다. 예전 처가 식구들과 왔을 때 먹었었고 인터넷으로 알아봤을 때도 평이 좋았던 곳이다. 크게 붐비지 않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았다. 도착무렵에 비가 오기 시작해서 계속 내리고 있었다. 출발할 때 여분의 우산을 챙기는 것을 잊어버려 지하 상가에서 여분의 우산을 구입하고 필요한 현금도 더 찾았다. 미시령을 통해 속초로 가기로 하고 춘천에서 출발하였다.
가는 동안 계속 비가 내렸으나 미시령이 가까워져서부터는 진눈깨비로 바뀌더니 결국 눈으로 바뀌어 내리고 있었다. 설악산 자락이라 눈이 내린 경치가 꽤 근사했다. 속초에서 넘어오는 방향은 차량이 많아서 많이 막히는데 우리가 가는 방향은 차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미시령 터널을 조금 남기고 갑자기 정체가 있어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조심한다고 했지만 차가 180도로 돌아서 역주행방향으로 서 버렸다. 다행이 옆으로 주행하는 차가 없어 사고는 없었지만 아찔했다. 겨우 차를 돌려 정체 꼬리에 들어섰는데 도통 차가 갈 생각이 없다. 앞에 사고가 났나보다 생각하고 기다리길 30여분이상 지난듯했을 때 정체가 풀리기 시작했다. 편도 2차선 도로였는데 눈이 내려서 1차선으로만 차량이 진행하고 2차선에는 올라가지 못하는 후륜구동차량들이 체인을 감고 있었다. 차가 막힌 것도 아마 올라가지 못하는 차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도 체인을 감을까 고민했으나 또 언제 눈이 없는 곳을 지날지 몰라 그냥 조심스레 계속 올랐다. 미시령터널이 제법 길었는데 터널내에는 눈이 없어 체인을 감은 차들이 요란한 소음을 내며 불편하게 주행하는 것을 보고 체인을 안 감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었다. 터널안에 있는 긴급대피 공간에서 체인을 해체하는 차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속초
시장으로 향했다. 내비가 안내하는 주차장으로 갔으나 골목을 잘못 접어들어 약간 경사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차가 계속 미끄러져서 운전하는데 애를 먹었다. 결국 애쓰고 나서 시장앞 큰 길가에 차를 세웠다. (이 바람에 나중에 엄청후회했다) 시장은 제법 규모도 있고 잘 정비되어 있었는데 춥고 눈이 내리는 날씨라 손님은 전혀 없었다. 유명하다던 닭강정 가게가 많이 몰려있어서 인상적이 었다. 가을동화와 1박 2일에 소개되었던 갯배타는 곳이 멀지 않아서 가보았다. 지원이가 춥다고 징징거리는 걸 달래서 가보았는데 생각보다는 건너는 거리가 짧았다. 아니나 다를까 근처의 모든 식당에 1박 2일이라는 간판이 도배되어 있다. 건너가 보지는 않고 다시 시장으로 돌아와 닭강정집으로 향했다. 유명하다는 만석 닭강정집으로 갔는데 시장에서 본 모든 사람들보다 그 집에 줄서있는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줄이 너무 길어 저녁 먹고 숙소로 가기전에 들리기로 했다.
좀 이른 저녁으로 어느 블로그에서 본 시장안에 있는 88순대국집에서 순대국과 모듬 순대를 먹었는데, 서비스는 별로 였고, 청결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고(화장실), 맛도 없고, 가격은 정말 비쌌다. 절대 비추...
억지로 먹고 나와 집사람과 지원이는 닭강정을 사러 가고 진현이와 나는 자동차에 체인을 감기로 했다. 애초 여렵게 보이지 않았는데 차를 비탈에 세워 놓은데다 눈에 바퀴가 파묻혀 많이 힘들었다. 30여분 이상 시름을 하고 겨우 끝낼 수 있었다.
차가 출발을 하는데 큰 길가에 주차를 한 탓에 1차선에서 치워진 눈들이 차 바퀴에 잔뜩 쌓인데다 약간 오르막인 곳인지라 체인을 감았는데도 헛바퀴만 돌뿐 차가 나가질 않는다. 좀 쎄게 악셀을 밟았더니 결국 체인은 벗겨지고 망가져서 사용하지 못할 형편이 되버렸다. 체인구입하고 1m도 주행 못해보고 버려야 했다.(젠장)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겨우 탈출하여 1차선으로 들어와 살살 숙소로 행했다. 숙소 대명콘도가 미시령에서 내려오는 곳에 있어서 우리는 다시 온 길을 되짚어 속초에서 미시령으로 가야 했다. 그런 까닭에 가는 길이 대부분 오르막이라 차가 멈췄다 출발할 때마다 정말 힘들었다. 그 길을 현지 택시들은 체인도 감지않고 잘도 다니고 있었다.
숙소를 2km 정도 남겨둔 지점에서 차가 막혀 꼼짝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와중에 진현이는 소변이 마렵다고 해서 대충 길가에서 해결하라니 도저히 못하겠단다. 차는 오도 가도 못하게 갇혀있고 언제 풀릴지 몰라 집사람과 아이들은 그 눈길을 걸어 숙소로 먼저 가기로 했다.
결국 한 시간 가까이 지나 정체가 풀려 차로 올라가니 집사람과 아이들이 그때까지도 도착하지 못하여서 숙소 바로 앞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재설작업을 위해 길을 전면 통제했었는데 작업이 끝났을 때는 길에 눈이 거의 치워져 제법 빠른 속도로 갈 수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에서 좀 더 기다릴걸 그랬었다. 지원이는 예의 집떠나면 개고생이다고 투덜거리고 진현이는 그때까지도 소변을 해결하지 못하고 참고 걷고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차를 주차하는데 또 한바탕 곡절이 있었지만 어쨌던 따뜻한 방에 도착하니 너무 좋았다. 뜨거운 물에 싸우나라도 하면 더 좋았을 텐데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하는 그렇게는 하지 못했다. 사온 닭강정과 맥주를 간식으로 먹었는데 닭강정맛은 솔직히 특별함을 못 느꼈다. 그냥 저냥 평범한 수준...
2월 28 (월)
아침에 일어나자 밤세 내리던 눈은 거의 그쳤고 창밖의 풍경이 너무 좋았다. 라면과 햇반으로 아침을 먹고 주차장에 나가 좋은 경치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장 찍었다. 밤세 눈도 많이 오고 체인도 망가진 터라 다시 체인을 구입해야 하나 고민하다 그냥 욺직여 보기로 했다. 다행이 차가 다닐만한 길들은 모두 밤세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눈이 많이 오는 고장이라 눈치우는 노하우가 있나보다.
대포항
대포항에 들렀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없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고기종류가 좀 보였고 건어물을 파는 가게가 많았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다. 나오는 길목에 있는 튀김포장마차에서 세우와 오징어 튀김을 좀 샀는데 좀 비싸기도 하고 짜기도 햇지만 갓 튀겨서 그런지 고소했다.
설악산으로 가서 케이블카를 탈려고 하였으나 모두의 반대로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낙산사
몇해전 큰 산불로 대부분 소실되었다고 들었는데 그 후 복원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만 피해를 입었었는지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예상보다 경내가 아주 넓었으며 해수 관음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주 좋았다.
점심은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던 송월메밀국수집에서 물국수, 비빔국수 그리고 수육으로 먹었다. 시골의 한적한 가정집 분위기가 나는 곳이 었다. 수육은 맛있었으나 조금 비쌌다. 3만원이었는데 고기는 몇점되지 않았다. 메밀 국수는 물국수의 경우 육수에 면이 담겨 나왔는데 아무런 양념도 되어 있지 않았고 테이블에 여러 양념들이 있는 걸고 봐서 간은 먹는 사람이 맞추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간맞추기에 실패해서 그런지 별로 맛이 없었다. 비빔메밀국수는 제공되는 양념에 비벼먹는 것이라 따로 간을 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것 아주 맛이 좋았다. 만약 다시 찾는 다면 비빔면만 시켜 먹을 것 같았다.
오죽헌
속초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이용해 강릉으로 향했다. 그 많이 내린 눈이 말끔히 치워져 있어 많이 놀랐다. 신사임당 생가와 박물관을 견학했다. 내부가 아주 넓었다. 집사람과 지원이는 차에서 쉬고 진현이와 둘이서만 구경했다. 참소리 박물관은 다들 지쳐보여서 건너 뛰었다.
테라로사 커피공장
강릉 시내로 들어서니 보름만에 1.5m나 내렸다는 눈이 다 녹지 않고 군데 군데 쌓여있었다. 시내를 관통하여 내비의 안내로 따라 들어갔더니 어느 외진 농가주택으로 안내한다. 망할 아이나비..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찾아갔는데 커피가 너무 맛있었다. 집사람은 이번 여행에서 그 곳이 가장 좋았다고 꼽았다.
커피를 마시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군데 군데 안개도 끼고, 눈 녹은 물로 미끄럽기도해서 조심 조심 왔다. 우리가 온 길에서 그 다음날 22중 추돌이 있었다. 안개와 눈 녹은 물이 얼어서 그랬다고한다.
눈 때문에 고생은 많이 하였지만 나름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음식은 좀 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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