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보고 들은 것

할머니가 있는 풍경

독립운동 2009. 10. 9. 13:44
저: 이혜리
출판사: 디자인하우스

이 책은 재미교포(4살때 부모님을 따라 이민간)가 자신의 할머니를 모델로 쓴 소설로 아마 영어로 쓰여진 것을 한글로 번역하여 출판한 것으로 보인다. 중간중간 대화체가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조금 거슬렸다.

어린 나이에 이민가서 철저히 미국인으로 자라난 저자가 일제강점기, 6.25민족동란을 거쳐 현대를 살아가면서 겪은 일들을 소설로 옮기면서 한국인으로써의 자아를 찾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부유한 집안의 첫째딸로 태어났다.
다른 형제들이 있었으나 일찍 세상을 떠나고 위로 오빠가 있다.
오빠는 심성이 착하고 현명한 본 부인이 있었으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 기방출신의 첩을 둔다. 첩이 물건을 훔치는 현장을 들켜 쫒겨나게 되나 우여곡절 끝에 다시 집으로 들어와 살게 된다.
아래로 두 여동생이 있다.
첫째여동생은 몸이 불편하다. 주인공의 어머니가 죽으라고 마당의 멧돌위에 올려놓았으나 끝까지 살아 남아 아버지가 맺어준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착은 남편이 젊어서 죽게 된다.
막내여동생은 못된 남자와 결혼하여 나중에 남편으로 부터 도망나오게 된다. 소설에 묘사된 이 시절의 결혼방식이란 것이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게 기술되어 있어, 아마도 저자가 할머니의 이야기를 잘못이해한 듯한 느낌이 든다.
어쨌던 나중에 세자매는 모두 미국으로 건너가 한집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

주인공은 나이는 어리지만 용모가 출중하고 사상이 건전한 사내와 결혼하게 된다. 결혼 적까지 어머니로 부터 아내로 살아가야 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결혼후에는 시어머니의 감시아래 시집에서 하인처럼 일하게 된다. 이부분에서도 시집이 하인까지 두고 있는 집이란데서 그렇게 어렵게 일했다는 부분이 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제의 억압이 심해지면서 남편의 주장으로 중국에 옮겨 마약밀매와 식당으로 엄청난 부를 쌓고 귀국하여 사방 사십리에 이르는 넓은 땅을 가진 지주가 되지만 해방과 함께 공산정부가 생겨나고 그 땅들을 모두 압수당하고 만다. 어려운 상황에서 기독교에 입문하게 되고, 전쟁의 발발로 남한으로 피난을 오게 된다. 이후 어려운 생활을 하다 중국에서 생활할 때 유모에게서 배운 치료법(몸을 때리거나 꼬집어서 피를 통하게 하는 방법)으로 부를 이루고 딸이 미국으로 이민하여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오게 된다.

사실 내용을 읽으면 한국 또는 동향을 바라보는 서양의 시각을 느끼게 된다. 뭔가 부조리하고 뭔가 미개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미국에서 출판되어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하는데 아마도 서양인들이 바라보는 동양에 대한 감성을 그대로 갖고 있어서 그럴것이란 생각이다. 저자가 조금 더 한국을 경험하고나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얻었다면 아마도 훨씬 다른 내용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던 격동기의 삶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많은 흥미를 느끼게 해주었다.